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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상 특례조항, 친족상도례가 뭐길래 그들은 눈물을 흘려야 하는가?

by 위글손 2022.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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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0월 4일) 가족의 횡령 여부와 관련하여 소송을 진행 중인 방송인 박수홍씨가 참고인 조사 도중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크게 충격을 받아 쓰러진 박수홍씨는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하였는데, 이후 조사에서 박수홍씨의 부친은 박수홍씨의 재산 횡령은 자신이 한 것이라 주장하였다고 한다.
만약 이 것이 사실로 밝혀져 박수홍씨의 재산을 부친이 횡령한 것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바로 '친족상도례'라는 형법상 특례조항으로 인해 박수홍씨의 부친은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친족상도례란?

'친족상도례'는 형법 특례조항으로 형법 제328조, 제354조, 제361조를 근거로 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제328조(친족간의 범행과 고소) ①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제323조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  <개정 2005. 3. 31.>
② 제1항이외의 친족간에 제323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개정 1995. 12. 29.>
③ 전 2항의 신분관계가 없는 공범에 대하여는 전 이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354조(친족간의 범행, 동력) 제328조 제346조의 규정은 본장의 죄에 준용한다.

제361조(친족간의 범행, 동력) 제328조 제346조의 규정은 본장의 죄에 준용한다.

이렇듯 형법 특례조항을 근거로 하여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 간 일어난 절도·사기·배임·횡령·공갈죄 등 재산 범죄는 그 형을 면제하고 있다.
즉, 친족 사이에 벌어진 재산상 위법 행위의 형을 면제하는 것이다.
만약 박수홍씨가 주장하는 형의 횡령 여부가 사실이라면 비동거 친족이기에 범죄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하여 처벌할 수 있으나, 횡령의 주체가 부친이 맞다면 '친족상도례' 대상이 되어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특례조항이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가부장적이고 전근대적인 가족관이 반영된 것으로, 가족 사이에서 발생한 재산범죄에 대하여 형법적 개입을 자제하려는 취지이다.
헌법재판소는 '친족상도례' 입법 취지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형법 제328조 제1항의 가까운 친족 간의 절도죄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고소 여부와 상관없 이, 피해자가 고소를 하더라도 형을 면제하여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고려와 함께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 로 인해 깨지는 것을 막으려는 데에 그 입법취지가 있다. 이에 비해 형법 제328조 제2항의 먼 친족 간의 절도죄에 대하여는 국가가 먼저 개입하지 아니하되 피해자가 굳이 고소를 하여 처벌을 원한다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헌법재판소 2012.3.29. 2010헌바89 결정).

가족·공동체주의 정서가 강했던 한국 특유의 제도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 이러한 제도 도입의 역사는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법상 동일 가족 구성원 간에 절도가 행해진 경우에는 절도를 원인으로 한 소를 제기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동거친족뿐만 아니라 동일한 주거에 동거하는 자에도 해당되었다.
대신 가장이 가족의 가장권에 의해 범인에게 가내형을 과할 수 있었는데, "법은 가정의 문턱을 넘지 않는다."라는 로마법의 태도가 여러 유럽 국가의 형법전에 계수되었고 이는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의 형법 제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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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러한 '친족상도례' 특례조항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친족상도례'로 인해 명백한 범죄 행위임이 분명함에도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산범죄의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아 여러 악용 사례를 발생시키고 피해를 받은 피해자가 구제받을 방법이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친족간의 금전 문제와 범죄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이며, 금액도 커지고 있다.
특히나 지적장애나 정신장애를 지닌 장애인의 경우 심신장애를 이용한 친족 간 재산범죄가 더욱 많이 발생한다.
물론 '친족상도례'의 경우 형법상 처벌이 불가한 것이지, 민법으로 소송을 걸 수는 있다.
하지만 민사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상대방이 재산을 은닉하거나 압수할 재산 조차 없다면 결국 피해자는 보상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핵가족화가 심화되고 친족간 유대관계가 약화되는 현대사회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런 '친족상도례'와 같은 조항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형법 제정 이래 이런 '친족상도례'의 개정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 오긴 했으나, 실제 입법에는 이르지 못했다.
2021년 이성만 국회의원은 '친족상도례'를 전면 폐지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도 있다.

친족상도례-조항-폐지-설문-조사-중앙일보
친족상도례 조항 폐지 설문조사 - 중앙일보

중앙일보에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이런 '친족상도례' 조항 폐지에 대해 85%의 응답자가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친족상도례'의 개정 여부나 폐지 여부는 현시대의 변화한 가족 개념을 반영해볼 때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여겨진다.
물론 가족 간의 재산범죄는 다른 중대 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이 여겨질 수 있고, 이런 가정사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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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행 법률에 따르게 되면 오래전 자식을 버린 부모가 갑자기 자녀를 찾아와 거액의 사기를 범해도 처벌할 수 없고,
'친족상도례' 범위 밖의 친족은 친척에게 사기를 당하더라도 6개월 이내에 고소하지 못한다면 처벌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납득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앞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친족 간의 범죄라도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필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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